2016년 6월 19일, le weekend agréable 일상

토요일 아침에 남편은 침대 위에 아침을 차려주었다. 메뉴는 직접 내린 커피와 사과, 내가 좋아한 빵과 잼, 치즈. 커피를 잘 마시지도 않고 내려본 적도 없던 남편의 커피는 진했다. 나처럼 태우지 않고 잘 구운 빵과 치즈, 잼은 일어나자마자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만들었다. 남편은 최근 나의 상태가 무척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나뿐만 아니라 남편 역시 한동안 지쳐 있었고, 힘들었다.

박사과정에 입학한 지 두 학기가 지난 후에, 지치기 시작했다. 시작할 때 관심과 열정, 흥미는 1년도 채 안되서 바닥났다. 이런저런 일들이 수시로 일어났다. 할 일은 산더미같이 많았지만, 아주 작은 뿌듯함도 느낄 만한 순간은 없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성취를 바랐던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일을 내가 했다는 인정, 받기로 되어 있던 것을 제 때 받는 것 정도를 바랐다. 아주 사소한 인정과 보수조차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지쳐도, 지쳤다고 말할 곳도 없었다. 어쩌다 주변에 힘들다는 기색을 내비치면,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이런 반응을 맞닥뜨렸다. 남편과 나는 각자가 바깥에서 얻은 피로와 짜증을 해결하지 못해 집에 쌓아두었다. 그러다 터졌다.

나는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2달도 채 안되서 그만두었다. 이번 상담 선생님은 예전 선생님과는 달랐다. 자신의 사례를 굳이 꺼내지 않고,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의외였던 것은 상담 받기 전에 했던 검사 결과였다. 우울과 불안 정도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던 반면, 행동능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어있었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했다. 그 동안 감정 기복이 심하고 쉽게 지치는 것도 모두 내 탓이고,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것도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노력만 하면, 좀 더 힘을 내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고, 부족한 나에 대한 자책을 반복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에 따르면, 최선을 다 해도, 의지를 최대한 발휘해도 행동으로 옮길 능력이 내게는 부족했다.

상담 선생님은 내게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달라지고 싶다면,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내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부정적인 시각을 일상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근거 없는 긍정도, 비관적인 낙담도 유익하지 않다. 이렇게 글로 쓰기는 쉬운데 사고와 행동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참담한 상태에서, 우울과 불안 정도를 낮추기 위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는 것을 보고, 즐거운 기억들을 떠올리고 기분좋은 일들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울 필요를 느꼈다.

일요일 오후, 함께 장에서 사온 표고 버섯으로 버섯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과일을 씻고, 냉장고를 정리한다. 간식으로 사온 과자를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쾌적한 주말 오후를 보내며, 다시 살아갈 기운을 얻는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