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활의 변화 (1)
카페를 자주 가지 않는다. 정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아침에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 갖고 나온다. 밥을 자주, 매우 자주, 이전에 비하면 엄청 자주 집에서 먹는다. 이와 비례하여 설거지 횟수가 매우 증가한다. 아침에 나올 때 웬만하면 장바구니든 에코백이든 챙겨나온다. 시장에서든 마트에서든 할인 매대를 지나치지 않는다. 전기세와 가스비 고지서에 나온 검침 숫자들을 꼼꼼히 읽는다. 머릿속에서 지난달 내역과 비교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서에 나열된 숫자들도 꼼꼼히 읽는다. 새로 샀던 물건들 가격을 다시금 떠올리며 한숨 쉰다. 두 세번도 더 쉰다. 청소기의 흡입력에 신나다가도, 필터에 쌓인 먼지를 보면 다시 한숨 쉰다. 세탁기 사용 후에 드럼통 속에 남아있는 먼지들을 보면서, 때는 없애면서 옷먼지는 왜 제거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드럼통 앞에 무릎을 꿇고 옷먼지들을 손으로 떼어낸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일이나 분리수거 배출일을 놓친 날엔 현관을 보지 않는다. 노후한 보일러의 남은 수명을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2. 생활의 변화(2)
자취도 제대로 해본 적 없었고,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도 집안일을 잘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두 사람 밖에 없고, 집도 크지 않으니까 막연히 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경험자만이 할 수 있는 짧은 생각이라는 것은 경험자만이 알 수 있다. 집의 크기나 동거인의 숫자가 문제가 아니었다. 의식주 활동이 원활하고 쾌적하게 이뤄지기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최소의 에너지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어렵지 않을 거라 여겼던 일들은 '막상' 해보니 쉽지 않은 것들 투성이었다. 몸은 바로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고, 이어서 마음이 지친 티를 냈다. 아무 것도 손에 잡고 싶지 않았던 날들과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날들을 보냈다.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익숙할 정도로 오래, 많이 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다시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을 손에 잡았다.
3. 명절의 변화
휴가철 외에는 경기도 밖을 벗어날 일이 별로 없었다. 민족이 대이동한다는 명절 연휴에도 나는 지하철을 환승하면서 이동할 뿐이었다. 그래서 혼자 외출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던 고등학교 때 이후부터 명절 때마다, 평소에 보기 드문 한가로운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곤 했다. 이제 다시 그런 여유는 찾기 힘들 것 같다. 결혼 후 설 연휴부터 바로 대이동하는 민족에 합류하여 휴게소의 호두과자와 구운감자를 맛보며 뻐근한 어깨와 목을 두드리게 되었다. '산 넘고 물 건너', '집 떠나면 고생'과 같은 진부한 표현과 '남의 제삿상에 배 놔라 감 놔라 하지 마라'란 속담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4. etc.
싱크대에서 사라졌다가 곧 생겨나고 무한으로 번식하는 설거지감들, 바구니에서 줄어들 줄 모르는 빨래감들을 보면서, 시지프스의 신화는 곧 가정주부 혹은 살림하는 자에 대한 비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덧글
참 결혼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인데 무사히 해내신 것도, 차츰차츰 적응하고 계신 것도 축하드립니다!